- 2023.03.19 Sunday 23:29 | mini#153
역사에서의 하룻밤 에키도야도히라후 駅の宿、比羅夫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된 숙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철도 오타쿠 미치코, 2만키로’ 라는 드라마 1회에 바로 제가 묵은 에키노야도 히라후에 대해서 나옵니다. 첫 회에 눈 오는 홋카이도가 나오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아 보기 시작했는데, 완전 내 스타일, 그리고 언젠간 이 역에서 하루 묵어보기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해 보았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다짐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요. 일단 코로나가 물러나야했고, 한국에서 홋카이도에 오는 비행기가 재개해야 했고, 또 열차를 갈아타고 히라후까지 가야했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겐 오타루의 집, 모리노키가 있으니, 언젠가 모리노키에 머물게 된다면 하루 시간을 내어 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2023년 03월 17일 히라후 역에 가게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날씨는 조금 추웠고, 눈발이 살짝 날리긴 했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여행하기 좋은 날이라 생각했습니다. 오전에 할일을 조금 마치고 10시 53분의 열차를 타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이 열차는 ic카드로는 탈수 없습니다. 1490엔의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큔짱과 함께입니다. 역시 누군가 함께 하면 외롭지 않네요. 기차에서도 내내 재밌게 놀았습니다.
일단 굿찬까지 가고 그곳에서 오샤만베행 열차를 타면 첫번째 나오는 곳이 히라후 역입니다. 열차에서 내리면 10초 정도 거리에 저의 숙소가 보입니다. 예약을 하면서 미리 짐을 맡길 수 있는 지 문의를 넣어 두었기에 도착해서 잠시 역에서 사진을 찍다가 숙소로 가봅니다. 불특정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기에 제대로 된 도어록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미리 문의를 넣었기에 오너는 미리 숙소에 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도 청소가 되어 있으니 이른 체크인을 해 줍니다.
이웃에게 받은 유부초밥과 마유미짱이 챙겨준 커피, 파운드케익, 우엉스프가 이 아무것도 없는 동네에 저의 점심입니다. 어찌나 감사한지- 아니면 쫄쫄 굶을뻔 –
선로를 바라보면 따뜻한 실내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입니다.
그렇게 도시락을 먹고 있으려니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이 내리니 안에만 있기가 아까워집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밖으러 나갑니다. 역에서 사진을 찍다가 이대로는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들어 하나밖에 없는 길로 걸어갑니다. 걸어봐도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산책이니 의미 없이 걸어봅니다.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려서 저랑 큔짱이랑 신났습니다. 한참 걷다가 마주오는 아주머니랑 마주쳤습니다. 평범하게 ‘곤니치와’ 라고 말을 걸어와서 저도 평범하게 ‘곤지치와’라고 마주 인사합니다. 그리곤 어디서 왔냐, 뭐하러 왔냐, 산책이도 이 동네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놀라시더니, 한국인이냐고 다시 물으십니다. 일본에 사냐고도 물으십니다. 아니라고 평범하게 한국에서 놀러온거라고 하니, 한국에서 이런데는 어떻게 알고 왔냐며 놀라십니다. 동네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나가 낮 시간대의 기차가 오는 것은 놓쳤지만 그래도 마을분과 얘기는 나누는 것은 무척이나 재밌는 경험입니다. 동네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을 조심을 알 수 있습니다. 눈 위에서 누군가 다가오는데 아주머니분의 남편분이 아루쿠 스키-를 타고 오셨습니다. 사유지니 가능하답니다. 부럽습니다. 아주머니 집 앞 까지 함께 걷다가 아주머니는 보내드리고 혼자 좀 더 걸었습니다. 눈이 그치지 않고 계속 오네요. 저 머리위에도 큔짱한테도 점점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바람도 좀 불었고, 점점 추워져서 이젠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마침 나오는 주인장이랑 마주쳤는데 6시에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준다고 합니다.
다른 숙박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니 저녁은 혼자서 나베입니다.
조금 쓸쓸하다고도 생각했는데, 혼자 기찻길을 보며 느긋하게 나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자기 페이스대로 천천히 창밖을 보며 나베를 먹을 수 있더라구요.
사실 히라후에 오면서 걱정했어요. 혼자 와서 아무것도 할 것 없는곳에서 심심하진 않을까- 시간이 안가진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가져온 엽서도 써야 했고, 글도 좀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네요.
늦게까지 창밖을 바라보다가 글을 쓰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12시가 조금 넘어 잠들었습니다.
다음날은 알람소리가 아닌 아침 기찻소리에 눈을 떳습니다.
이 얼마나 신선한 풍경인지, 창밖을 내려다 보니 기차에 외국인 가족이 타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전날 주인장에게 물었던 곰을 만날 수 있는 장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곰은 진짜는 아닙니다. 용수를 내뱉고있는 곰 형태의 시설문인데, 사실 드라마에선 가볍에 산책하다 보면 나오는 걸로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 일부러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에 있더군요. 걸어서 50분 정도. (저는 한시간 정도 걸렸지만요) 왕복 2시간 정도에 기분좋게 요테이산을 바라보며 돌아오니 딱 좋더군요.
그렇게 숙소에 돌아와서 잠시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쉬고 있으니 주인장이 자택에서 건너옵니다. 그리곤 마지막 기차가 떠나갈때까지 인사를 해줍니다. 그렇게 저는 오타루의 집으로 돌아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아무리 좋아도 조금 피곤하더군요. 모리노키에 오자마자 잠시 낮잠을 …;;